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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 영화 리뷰 – 권력, 야망, 그리고 그 대가

by money100479 2025.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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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킹 영화 포스터 사진

 

 

2017년 개봉한 영화 "더 킹"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권력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정치 드라마입니다. 단순한 범죄물이나 스릴러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대한민국 검찰 조직을 중심으로, 법과 권력의 실체, 그리고 인간 내면의 욕망과 타락을 심도 있게 다루는 사회비판적 작품입니다.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등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와 박훈정 감독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이 만나, 영화는 대중성과 비판성을 동시에 확보한 수작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주인공 박태수(조인성)는 가난한 동네에서 자라난 인물입니다. 주먹과 거리의 삶을 살던 그는 우연히 목격한 검사의 권위와 사회적 지위를 보고 '법을 가진 자가 세상을 가진다'는 현실을 깨닫습니다. 그는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고, 마침내 검사가 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지점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검사가 된 이후의 그의 행보가 진짜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권력을 좇는 인간의 본성, 시스템 속에서 타협하고 무너져가는 윤리, 그 모든 과정을 박태수의 여정을 통해 집요하게 파헤쳐 볼까 합니다.

검사가 된다는 것 – 엘리트의 출세기가 아닌 타락의 여정

영화는 박태수의 성장 배경과 학창 시절, 서울대 입학, 검사 임용까지의 과정을 빠르게 보여주며, 그가 왜 검사가 되려 했는지를 설명합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단순한 출세욕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계급 구조를 이해한 현실적 결단이었다. 검사는 그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지닌 존재였고, 그는 그 정점에 서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검사 조직 내부의 위계, 인맥, 줄 서기, 정치권력과의 거래 등은 그가 꿈꾸던 정의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한강식(정우성)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한강식은 박태수가 동경하던 '진짜 권력자'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겉으로는 매너 있고 합리적인 듯 보이지만, 실상은 권력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철한 인물입니다. 그는 법을 지키는 자가 아니라, 법을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는 자입니다.

한강식과의 만남 – 권력의 문을 여는 열쇠

한강식은 박태수에게 현실의 법조계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검찰은 더 이상 정의를 수호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그것은 정치와 경제, 언론과 얽힌 복잡한 권력 네트워크의 중심축입니다. 검사라는 직책은 이 권력의 유통을 조정하는 위치에 있으며, 누구와 손을 잡고, 누구를 기소하느냐에 따라 권력이 이동합니다.

이러한 구조를 깨달은 박태수는 이상을 버리고 현실에 적응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권력자들과의 친분을 쌓고, 뒷거래에 연루되며, 언론과 기업, 정치인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가 검찰청 로비를 걸을 때의 눈빛은 더 이상 순수한 정의감이 아닌, 계산과 야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부패한 권력의 생태계 –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허구

"더 킹"은 여러 현실 사건들을 연상시키는 에피소드를 통해 그 리얼리티를 강화합니다. 재벌의 탈세와 비자금, 정치권과의 은밀한 거래, 고위직 인사 청탁, 유흥업소를 통한 뇌물 수수 등은 모두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하고, 어쩌면 실제 있었던 일로 느껴질 만큼 구체적입니다. 영화는 그 모든 과정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하게 풀어냅니다. 과장이나 윤색 없이, 권력의 민낯을 그대로 노출시킴니다.

한 장면에서는 박태수가 고위 권력자들이 모인 사교 파티에 초대받습니다. 거기엔 판사, 정치인, 재벌, 기자 등이 한데 모여 술을 마시고 향락에 빠져 있습니다. 이 씬은 단순한 호화 장면이 아닙니다. 그것은 법과 윤리가 사라진 대한민국 권력의 축소판이며, 검사가 정의를 관장하는 존재가 아니라 권력의 일부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인간관계의 붕괴 – 권력은 고립을 낳는다

박태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습니다. 권력, 돈, 명예. 하지만 그 모든 것의 대가로 그는 인간관계를 잃습니다. 영화 초반 그와 함께 어울리던 친구 양동철(배성우)은 현실의 벽 앞에서 점점 멀어집니다. 태수가 권력의 중심으로 갈수록, 동철은 점점 그의 그림자 바깥으로 밀려납니다. 이들의 관계는 영화 전체의 축소판입니다. 권력을 선택한 자는 결국 외롭고, 권력을 거부한 자는 소외됩니다.

후반부에 들어서면 권력 내부의 배신이 시작됩니다. 태수는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검찰 내부에서도 손절당합니다. 그는 자신이 쌓아온 권력의 탑이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있었는지를 깨닫습니다. 이는 단지 한 인물의 몰락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믿어왔던 시스템의 허상에 대한 경고입니다.

검찰과 정치의 위험한 밀월 – 제4부의 경고

"더 킹"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이것입니다. 검찰이 과연 중립적 법 집행 기관인가? 영화 속에서 검찰은 대통령의 입맛에 따라 기소 여부가 결정되고, 선거 국면에 따라 수사 방향이 바뀝니다. 검사가 곧 정치인이고, 정치인은 검찰을 도구로 사용합니다. 이는 현실에서도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문제이며, 이 영화는 그것을 매우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검찰 권력이 정치와 유착될 때, 그것은 단지 권력 남용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 됩니다. 영화는 이 점을 단순히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서사 속에 녹여 관객이 자연스럽게 체감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 점에서 "더 킹"은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를 비판적으로 응시하는 하나의 제4부, 즉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자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 – 당신은 왜 킹이 되려 하는가?

박태수는 결국 '킹'이 되었지만, 진정한 왕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법을 무기로 삼았지만 정의를 실현하지 못했고, 성공했지만 인간적인 가치는 잃었습니다. "더 킹"은 권력을 손에 넣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그러나 그것을 지키고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한 남자의 출세기나 몰락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권력 시스템과 가치관에 대한 질문입니다. "당신은 왜 킹이 되려 하는가?"라는 마지막 질문은 관객 각자에게 던지는 물음입니다.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권력의 유혹과 그 대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더 킹"은 정치, 법조, 사회 전반에 걸친 복합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화입니다. 단순히 즐기기 위한 오락영화를 넘어, 권력에 대한 성찰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고민하게 만드는 강한 울림을 가진 작품입니다. 지금 이 시대에, 이 영화를 다시 꺼내보는 이유는 여전히 유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