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개봉한 영화 《검사외전》은 형사 사법 제도의 어두운 이면을 풍자적으로 풀어낸 범죄 오락 영화다. 황정민과 강동원의 만남만으로도 이목을 끌었던 이 작품은 단순한 오락 영화로 치부되기엔 그 속에 담긴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특히 주인공 병헌 검사(황정민 분)의 몰락과 복수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법과 정의의 괴리’, ‘시스템에 대한 불신’, ‘권력의 선택적 정의’라는 민감하고 본질적인 질문에 도달하게 됩니다.
1. 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영화의 시작은 검사 병헌이 한 사건을 무리하게 기소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정치적 야망과 조직 내 승진을 위해 증거가 부족한 사건을 조작해 피의자를 유죄로 몰고 갑니다. 하지만 그 선택은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그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법이 정말 정의를 실현하는 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병헌은 법을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고, 결국 그 법의 칼날에 자신이 베이게 됩니다. 이 지점은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지적받아온 '검찰 권력의 자의적 행위'와 닮아 있다. 즉, 법의 이름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입맛에 따라 법이 조작되는 현실을 고발하는 것입니다.
2. 복수의 대상은 개인인가, 시스템인가?
병헌은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조폭 출신 한치원(강동원)과 손잡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게 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병헌의 복수가 단순히 자신을 배신한 상사나 동료를 향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키워낸 시스템 자체에 대한 반격이라는 점입니다.
검사로서 ‘정의’를 외치던 병헌이 사익을 위해 법을 왜곡했을 때, 아무도 그를 말리지 않았고, 오히려 체제는 그런 사람을 더 높이 올려주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체제에서 벗어나려 하자, 그 순간 그에게 '법'이라는 올가미가 씌워집니다. 이 과정은 한국 사회가 오랜 시간 반복해 온 권력과 시스템의 공생 구조를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3. 선택적 정의의 민낯
《검사외전》은 특히 '선택적 정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영화 속 검찰은 강자에게는 관대하고, 약자에게는 엄격합니다. 이는 현실에서도 종종 언론을 통해 드러나는 검찰권의 비대함과 무소불위의 권력, 그리고 권력층과의 유착을 연상시킴니다.
병헌이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에도 진짜 비리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감추고 있다. 법은 그들을 단죄하지 못하고, 오히려 시스템 내부에서 그들의 안위를 지켜준다. 이로 인해 관객은 자연스럽게 ‘정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4. 웃음 뒤에 감춰진 씁쓸함
《검사외전》은 전반적으로 경쾌하고 유쾌한 톤을 유지합니다. 병헌과 치원의 앙상블은 코믹하면서도 쫀쫀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하지만 이 영화가 끝났을 때 남는 건 웃음보다도 ‘불신’과 ‘현실의 무게’다.
치원의 재치와 병헌의 집요함으로 진실을 밝혀낸다 한들, 체제는 바뀌지 않습니다. 오히려 ‘복수극’이 끝난 뒤 다시 평온한 듯 돌아가는 그 세계는 더 무섭게 느껴집니다. 이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구조, 즉 잘못을 저지른 자들이 반성 없이 다시 권력을 되찾는 현실과 닮아 있습니다.
5. 병헌이라는 캐릭터에 담긴 양면성
병헌은 정의로운 인물도, 전형적인 악인도 아니다. 그는 스스로 정의를 가장한 야망가였고, 나중에는 그 정의의 이름으로 복수를 감행합니다. 이 양면성은 영화가 단순히 ‘선과 악’의 대결 구도로 흐르지 않게 만듭니다.
병헌의 인간적 고뇌와, 자신의 과오를 깨달아가는 여정은 결국 그가 ‘법’을 넘어 ‘정의’를 고민하게 되는 계기로 이어집니다. 관객은 그를 완전히 미워할 수도, 응원할 수도 없다. 그만큼 이 영화는 인물의 도덕적 회색 지대를 정교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6. 영화 그 이상, 한국 사회의 거울
《검사외전》은 단순한 법정 드라마나 복수극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법’이라는 제도를 통해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영화가 개봉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는 이유는, 우리가 사는 현실이 아직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도 ‘정의’는 종종 권력의 도구로 쓰입니다. 정의를 내세운 이들이 때로는 가장 비정의적인 행동을 하며, 법이라는 시스템은 그들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합니다. 영화 속 병헌이 보여준 회한과 복수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느끼는 사회적 피로와 허탈감을 대변합니다.
7. 정리하며 – 웃으며 시작했지만, 씁쓸하게 남는 이야기
《검사외전》은 한국식 블랙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유쾌한 전개와 배우들의 찰진 연기, 빠른 템포와 반전 있는 스토리는 관객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힘은, 그 웃음 너머에 담긴 날카로운 질문입니다.
"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의는 선택되는 것인가, 평등한 것인가?" "시스템은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비단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화두입니다. 《검사외전》은 그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내며, 동시에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도록 합니다.
결국 이 영화는, ‘웃기지만 씁쓸한 현실’이라는 대한민국 사회의 또 다른 자화상인 셈입니다.
최근 검사외전을 다시 보고 글을 작성하게 되었으며, 요즘시대 법과 권력의 현실을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검사외전 다시 보기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