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우붓 혼자 여행기 - 쉼표 같은 6일
요즘 따라 이유 없이 무기력하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반복되는 업무와 피곤한 인간관계 속에서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죠. 어느 날, 아무런 계획도 없이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충동은 곧 실천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바로 인도네시아 발리, 우붓(Ubud)이었습니다.
1일 차 – 도착과 동시에 마주한 ‘조용한 숲’
발리 덴파사르 공항에 도착한 건 늦은 오후였습니다. 미리 예약해 둔 픽업 차량을 타고 약 1시간 반 동안 논밭과 야자수 사이를 지나 도착한 곳은 **우붓 외곽의 풀빌라**였습니다. 주변엔 아무런 상점도, 소음도 없었고 들리는 소리는 바람과 풀벌레 소리뿐이었죠.
숙소는 프라이빗 수영장이 딸린 1인 풀빌라이며, 방 한 켠에 마련된 미니 주방과 오픈 욕조, 그리고 정글이 보이는 창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시에선 쉽게 누릴 수 없는 '완벽한 정적' 속에서 첫날밤을 보냈습니다.
2일 차 – 요가와 정글 속 명상
아침 7시, 풀빌라에서 운영하는 무료 요가 클래스에 참여했습니다. 요가 강사는 인도에서 수련한 현지인이었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었어요. 요가 매트를 펴고 정글 소리와 함께 몸을 움직이는 그 순간,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던 지난 시간들이 떠올라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아침 식사는 나시고랭, 열대과일, 수박주스가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고, 하루를 가볍게 시작하기에 딱 좋았습니다. 이후에는 숙소 근처 숲을 천천히 산책하며 아무 말 없이 걷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어떤 여행보다 조용하고 의미 있는 하루였습니다.
3일 차 – 테갈랄랑 라이스 테라스 & 우붓 마켓
이날은 오전에 테갈랄랑 라이스 테라스를 다녀왔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논과 계단식 경관은 사진보다 훨씬 아름다웠고, 곳곳에 포토스폿이 마련되어 있어 추억을 남기기에도 좋았습니다. 몇몇 구간은 입장료가 필요하니 현금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후에는 우붓 아트마켓에서 쇼핑을 했습니다. 수공예 가방, 나무조각, 아로마 오일, 손수 짠 패브릭 등 다양한 로컬 상품들이 많았고, 대부분 흥정이 가능합니다. 특히 향초와 향스틱은 가격도 저렴하면서 퀄리티가 높아 선물용으로 추천드립니다.
4일 차 – 몽키 포레스트와 발리 전통 공연
이날은 도심 속 자연인 몽키 포레스트를 방문했습니다. 야생 원숭이들이 자유롭게 다니는 공원인데, 가방이나 음식은 주의해야 합니다. 이곳은 단순한 동물원이 아닌 힌두교 사원이 함께 있는 숲이기에 문화적으로도 흥미로운 곳입니다.
저녁에는 우붓 궁전 근처에서 열린 전통 바롱댄스 공연을 관람했어요. 불빛 아래에서 펼쳐지는 전통 의상과 독특한 리듬은 생경하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발리의 예술은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닌 삶 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문화라는 걸 체감했습니다.
5일 차 – 스파와 우붓 카페 거리 탐방
여행 다섯째 날, 온몸의 피로를 풀기 위해 발리 스파를 예약했습니다. '칸타 마니 힐즈 스파'에서 받은 발리니즈 마사지는 부드럽고 깊은 압으로, 정신까지 정돈되는 느낌이었어요. 가격은 90분 기준 약 20,000~25,000원대로 가성비가 뛰어났습니다.
오후에는 님만 거리 느낌의 우붓 카페 거리를 걸었습니다. 로컬과 외국인이 함께 어우러진 작은 카페들, 북유럽풍 감성의 미니 편집숍, 그리고 조용한 독립 서점까지. 저는 Seniman Coffee Studio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 한 권을 다 읽었습니다. 이게 진짜 여행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6일 차 – 돌아가는 길, 그리고 달라진 마음
돌아가는 날 아침, 창밖으로 보이는 정글과 새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마셨습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땐 '낯설고 조용해서 어색하다'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익숙해져 버렸더라고요. 발리 우붓은 '보는 여행'이 아니라 '느끼는 여행'이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6일 동안 저는 어느 때보다 나 자신을 돌볼 수 있었고, 잊고 지냈던 여유와 감정들을 다시 꺼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쉼’이라는 것이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배웠습니다.
정리하며 – 발리 우붓, 다시 찾고 싶은 진짜 힐링지
발리 우붓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닙니다. 자연과 예술, 조용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혼자 떠났지만 외롭지 않았고, 바쁘지 않았지만 심심하지도 않았어요. 바쁜 일상 속 쉼표가 필요하다면, 우붓은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